뒷집에 사는 외계인
뒷집에 사는 외계인
소년은 칼을 들고 있었다. 칼날이 공중을 향하도록 손잡이를 다시 고쳐 잡았다. 칼로 배를 찔렀다. 하복부에서부터 목덜미 부분까지 뱃가죽을 단숨에 북 째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구점 면도칼이어서 칼이 기막히게 잘 들었다. 쟁그랍게 푸르무레한 허파가 아직도 살아서 꿈틀꿈틀 숨을 쉬고 있었다. 짙붉은 심장도 팔딱팔딱 뛰었다. 흐슬부슬한 빛깔의 위도 그랬고 아홉 번을 꼬부라진 양의 내장 같은 꼬불꼬불한 창자도 그런 것 같았다. 그것들을 신기한 듯이 들여다보며, 아니 어느새 소형 핀셋으로 간을 툭툭 건드리기도 하며 소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야, 너는 나한테 걸려들지 않아도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니 너의 이 싱싱한 간덩이로 다른 놈이나 살리자. 간이 썩어서 곧 죽게 될 놈이 너의 이 간을 옮겨 심은 것이 복이 되어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너도 좋은 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니 우선 간부터 도려내야겠다. 아파도 참아라.”
소년이 핀셋으로 간을 약간 위로 끌어올려 오른손의 칼로 막 무턱대고 절단하려고 할 때였다.
“무슨 짓이야? 그 칼 멈추지 못해.”
둘째 형 장학수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다가 끽경해서 버럭 고함쳤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동생 두칠이는 틈만 나면 개구리를 해부한다며 그런 잔인한 짓을 했다. 개구리를 널빤지에다 사지를 쫙 벌려 눕힌 다음 네 발에 못질을 해서 고정시켰다. 그런 뒤 문구점 면도칼로 서툴게 마구 개복을 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뇌사자의 간을 간암이나 간경변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광경을 본 뒤 그것을 흉내를 내려고 애를 썼다. 장차 의사가 되려고 그러는지 어쩌는지 틈만 나면 그렇게 개구리 해부에 대해서 깐엔 많은 연구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올 여름방학 때부터 별쭝나게 부쩍 더 그런 것 같았다.
“너, 도대체 개구리를 어디에서 잡아서 이러는 거야? 서울에서는 개구리를 구경도 하기 힘들 텐데 말이야. 어디서 잡았어?”
동생이 개구리의 간을 막 도려내려다 말고 찔끔하는 틈을 타 학수가 좨치듯 물었다.
“한 마리에 5백 원씩 주고 샀어.”
“사다니? 어디서?”
“시장에서도 팔고 길에서도 팔고 많이 팔아. 문방구에서도 파는 데가 있어. 문방구에서 다른 애들도 사고 초등학생 꼬마들도 많이 사는걸 뭐.”
그건 사실이었다. 언제부턴가 도시 어린이들의 학습 자료라는 미명하에 개구리들이 한 마리에 5백 원씩 작은 시장 바닥이나 길가 또는 일부 문구점에서 팔았다. 그런 보도가 몇 번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학수는 그걸 한 번도 못 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넌 그런 짓 하지 마. 개구리들이 불쌍하잖아. 알았어?”
뭐든지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는 트레바리한 성격의 두칠이는 둘째 형이 개구리 해부를 못 하게 하자 골이 나서 코를 씩씩 불며 서울 영등포 M동의 집을 나섰다. 한낮의 쨍쨍한 여름 햇볕이 바늘로 따짝거리듯 어찌나 정수리 부분을 따갑게 내리쬐는지 찜부럭이 나서 더 죽을 지경이었다.
“아니, 이게 뭐야?”
두칠이는 화풀이라도 하듯 발로 길바닥의 돌멩이를 걷어차듯 냅다 또 헛발질을 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집에서 나와 활등코같이 휘우듬하게 휘어진 골목길을 막 휘돌던 참인데 땅바닥에 희한한 것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탁구공이나 골프공만 한 것이었는데 유리로 만들어진 큰 구슬이었다. 그렇게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거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무슨 푸르스름한 안개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신비스러운 색체의 기이한 기체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그 신비스러운 기체가 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였다. 어찌 보면 야리야리한 담배 연기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아주 미세하고 신비스럽게 생긴 솜털 같기도 했다.
“이 속에 들어 있는 게 뭐지? 뭐야?”
두칠이는 구슬을 오른손에 들고 몇 번 흔든 뒤 멈추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속에 들어 있는 것이 그 모양 그대로 계속 살아서 꿈틀거렸다. 그는 혹시 자기가 지금 그것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땅바닥에다 구슬을 놓고 운동화를 신은 발로 콱 밟아버렸다.
구슬은 깨지지도 않았다. 아무리 한 번 밟아본 것을 시작으로 두 번 세 번 여러 번을 밟아도 그랬고, 나중엔 훌쩍 몸을 공중으로 점프해서 그 반작용으로 밟아도 마찬가지였다. 차돌같이 어찌나 단단한지 오히려 발이 자칫 삘 정도로 아파서 화가 나 이번엔 돌멩이로 쾅 내리쳐 버렸다.
그래도 구슬은 깨뜨려지지도 않았다. 박살이 나기는커녕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고 긁힌 자국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칠이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 구슬이 천연의 광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류라도 된단 말인가?
그랬다. 이 기괴하면서도 신비한 구슬은 하늘에서 지구로 떨어진 하나의 운석이었다.
운석 중에서도 일찍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떨어진 적이 없는 소형의 아주 희귀한 운석이었다. 운석이란 유성체가 대기 중에서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지구에 낙하하는 우주 광물의 총칭을 말한다. 어떤 땐 운석이 우박과 같이 한꺼번에 많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이것을 운석우라고 한다.
현재까지 지구에 떨어진 운석 가운데서 가장 큰 운석공은, 곧 운석이 지상에 떨어져서 밥공기 모양의 크레이터를 가장 크게 낸 것으로는 미국의 애리조나주 북쪽 캐니언 다이에블로 근방에 있는 것으로, 고고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약 2만 년 전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 구덩이의 지름이 1,280m나 되고 깊이가 175m나 된다. 이 정도 크기의 거대한 운석공이 생기려면 약 6만 톤의 운석이 낙하해야 하고 그 운동 에너지가 약 30Mt의 수소폭탄과 맞먹는 위력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의 이 운석 나이가 무려 45억 년이나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운석은 달에도 수없이 떨어졌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달의 표면에는 물도 대기도 없으므로 한번 크레이터가 생기면 침식 등으로 인해 절대 없어지지 아니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달의 앞면만 해도 지름이 1㎞ 이상 되는 크레이터가 30만 개나 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운석에 의한 크레이터가 아니고 화산 폭발에 의한 크레이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주 공간에 떠도는 수많은 운석의 분포로 미루어 운석에 의한 크레이터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운석 특유의 광물에는 육방 다이아몬드와 코헤나이트, 다브라이트, 올라마이트, 패콜라아이트 등이 있으며, 운석이 풍화가 되어 생긴 광물에는 강철광과 자연동, 마그헤마이트, 황, 석고와 방해석 등이 들어 있는데, 두칠이가 주운 운석에는 변종의 다이아몬드가 수백, 수천만 개의 깨알 같은 작은 분자들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것은 지구상에는 어디에도 없는 어마어마한 보석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대개 운석은 보기 흉한 기암괴석 모양으로 지구에 떨어지는데, 두칠이가 주운 그 우주진 같은 특이한 극소형의 운석은 애당초는 굉장히 크고 여기저기가 삐죽빼죽 뿌다구니가 지고 일그러진 아주 못생긴 운석이었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의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무서운 속도로 지구로 낙하하는 과정에서 운석이 스스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대기권과 마찰하는 바람에 모난 거대한 돌이 닳아져서 둥글게 되듯, 탁구공만 한 크기로 급속히 작아지면서 번들번들한 이상한 구슬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 구슬 속에 들어 있는 기이한 색체의 기체 같은 것은 바로 우주의 신비스러운 에너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에너지가 앞으로 어떤 강력하고 더욱 신비스러운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 거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는 아직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두칠이는 그 구슬이 하늘에서 갑자기 자기 집 부근 골목으로 떨어진, 우주진의 일종인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운석이란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저 꼬마들의 장난감으로만 생각했다. 구슬 속에 들어 있는, 쉼 없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안개나 무슨 신비한 연기 같은 것도 꼬마들의 눈을 놀라게 하려는 장사꾼들의 얼렁수 같은 상술로만 생각해 버렸다.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그것을 별 생각 없이 청바지 호주머니에다 아무렇게 집어넣었으며 그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도 않았고 또 자랑도 하지 않았다.
그 기이한 운석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두칠이가 외갓집에 갔다가 갑자기 실종되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그다음 날이었다. 두칠이는 어머니를 따라 강원도 평창군 G리에 있는 외갓집에 갔다. 외할머니의 생신이어서 간 것이었다. 어머니는 50대 후반이지만 머리털이 하얗게 돼서 머리가 온통 모시바구니가 돼 있었다.
두칠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그때부터 노고초처럼 부쩍 더 늙어 버린 것 같았다. 동대문시장에서 포목전을 하던 일도 아버지와 같이 할 땐 항상 의욕적이고 웃는 얼굴이었는데, 이제는 함박 웃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아들 셋을 당신의 목숨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느꺼운 모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어머니도 언제부턴가 아버지와 같이 간암으로 시난고난 앓기 시작했다.
심한 편은 아니지만 건강 진단 중에 간암 초기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아직은 병원에 입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의사가 말해서 당분간 식이요법과 함께 통원 치료를 현재 받고 있는 중이었다. 왜 어머니도 아버지와 똑같은 병을 앓게 되었는지 두칠이는 그걸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화가 나고 슬펐다.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에 갈 때에도 두칠이는 구슬을 무의식중에 가져갔다. 고속버스에 올라서야 입고 있던 청바지 주머니에 그 구슬이 뽈록하게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제법 부농 축에 드는 외삼촌의 붉은 기와로 된 집은 그동안 기와를 새로 입혔는지 유난히도 기와가 산뜻하게 붉어 보였다. 그 기와처럼 어머니보다 나이가 아래인 외삼촌도 여전히 건강했고, 그가 모시고 있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머리만 온통 백발일 뿐이지 아직도 정정했다. 두 분 다 여든 살이 넘어 진물진물한 눈에 시력이 나빠도 낮이면 들에 나가 같이 밭일을 척척 해내는 분들이었다.
외갓집에 도착한 다음 날, 외할머니의 생신 잔치를 아침에 끝내고 나서야 두칠이는 뒷집 청기와로 된 집에 사는 표효숙이를 만났다. 효숙이는 두칠이와 나이가 같았으며 읍내 여중학교 2학년이었다. 두칠이처럼 키도 큰 편이고 몸매도 호리호리했다.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에 몇 차례 다니러 간 덕분에 두칠이는 효숙이와 가까우면서도 야젓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떨어져 있을 땐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지만 아직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둘은 그저 만나면 어쩌다 서로의 팔을 꼬집으며 장난을 치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팔을 꼬집는 걸로 반가움을 표시한 다음 깔깔대며 서로 쫓기고 쫓고 하다가 저만치 보이는 가리왕산을 가리키며 효숙이가 먼저 제안을 했다. 폭염으로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인데도 효숙이도 두칠이처럼 무릎이 약간 닳아져서 하얀 속살이 보이는 청바지 차림이었다. 상의는 파란색 반소매를 입은 두칠이와는 대조적으로 분홍빛의 낙낙한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우리 가리왕산에 다람쥐 잡으러 갈까?”
“다람쥐?”
“그래. 언젠가 한번 친구들이랑 저기 가리왕산의 낮은 언덕까지만 올라갔는데 말야, 다람쥐가 엄청 많았어. 다람쥐들이 토실토실 살이 올라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그래. 좋아, 가자.”
두칠이는 다람쥐를 잡으면 개구리 대신 다람쥐로 해부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선뜻 찬성해 버렸다.
둘은 얼굴의 땀방울을 주먹으로 연신 훔치며 가리왕산 가까이 이르다가 두칠이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좀 어눌한 목소리로 말헀다.
“참, 가리왕산에 올라가면 멧돼지도 있을 거잖아? 멧돼지를 만나면 어쩌지? 티브이를 보니까 요즘 멧돼지한테 물려서 사람이 많이 죽던데 말야.”
“나도 티브이에서 봤어. 멧돼지한테 물릴까 봐 겁이 나서 못 가겠다는 거야 뭐야?”
“거, 겁이 난 게 아니고…… 다음에 어른들이랑 같이 가는 게 어때? 그러면 다람쥐도 많이 잡을 수 있을 거잖아?”
“겁쟁이.”
“뭐?”
“그냥 넌 집에 가서 너의 엄마보고 젖이나 달래라. 난 혼자 산에 올라갈 테니까, 흥!”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난 겁쟁이가 아냐. 난 겁쟁이가 아니란 말야.”
자존심이 강한 두칠이는 겁쟁이란 말에 화가 나서 우꾼하는 성질대로 효숙이와 같이 가리왕산에 오르고야 말았다. 가리왕산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효숙이도 이제까지 그런 제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왜 생뚱맞은 다람쥐 핑계로 산에 꼭 오르고 싶었는지 그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그 길이 둘의 마지막 길이었다.
둘은 가리왕산에 분명히 올랐는데, 낮에도 부근 일대가 동굴 속같이 어두컴컴한 계곡 부근의 숲속으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더 고지대의 정글 같은 빽빽한 수림 지대로 들어갔는지 둘의 모습이 갑자기 증발해 버린 것이었다. 언제 어디로 실종됐는지 아무런 흔적도 하나 남기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도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양쪽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가리왕산의 중턱까지 두 아이를 찾아다녀야 했다. 산에 올랐다가 멧돼지한테 받혀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돼서 찾아다닌 것이었다.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혹 계곡의 물에 빠져 익사하지는 않았는지 또는 각종 덫, 흙구덩이 같은 것에 발이 걸리거나 빠져 사망했는지도 몰라 다각적인 수사가 펼쳐졌다. 그렇지만 헛수고였다. 아무런 수사의 진전 없이 한 달이 금방 훌쩍 지나가 버렸다.
태백산맥 중앙부의 중추 산맥 일부를 이루는 1,560m의 가리왕산은 옛날 맥국(貊國)의 가리왕이 이곳에 피란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한데, 북쪽 골짜기에 아직도 그 대궐 터가 남아 있다.
그 대궐 터로 가노라면 대궐 터 앞을 따라 흐르는 물가에 플라잉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언제나 끊이질 않았다. 그들도 실종된 두 아이를 분명히 봤다고 했다. 중학생 또래의 소년 소녀가 서로 장난을 치며 대궐 터를 지나 자꾸 산속 깊이 올라가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하늘로 솟았단 말인가 땅으로 꺼졌단 말인가? 아니면 지구 밖의 외계인이 UFO라도 타고 지구에 사뿐 내려와 두 아이를 납치해서 자기네 행성이나 항성으로 날아가 버렸단 말인가?
두 아이가 실종된 지 2개월쯤 지난 어느 날 오후였다.
삽상한 초가을 바람이 간지럽게 부는 서울 거리를 두칠이의 둘째 형 학수가 실종된 동생 때문에 침통한 얼굴로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학수야. 장학수.”
깜짝 놀라 돌아보니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수염이 허연 산신령같이 생긴 관상쟁이가 빨리 오라고 손짓까지 하며 부르는 소리였다.
학수로서는 마빡에 털 나고 처음 보는 백발노인이었다. 노인은 길바닥에 낡은 돗자리를 깔아 놓고 그 위에 벅수머리처럼 턱 앉아 있었는데, 조붓한 동정이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근엄한 모습이었다. 손님은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영등포 변두리의 어느 육교 위에서 있던 일이었다.
학수는 생전 처음 보는 노인이라 뜨악한 얼굴로 다가가 노인 앞 맨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저를 부르셨어요?”
“귓구멍이 썩었냐 이놈. 아, 불렀으니까 네놈이 왔지 그럼 왜 왔어? 안 그려?”
노인이 약간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서 대뜸 호통부터 쳤다. 학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여전히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할아버지가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떽! 싸가지 없는 놈. 할아버지라니?”
“예?”
“할아버지가 뭐여 할아버지가? 이래봬도 나는 유명하고 고명하고 존경받으시는 탕탕도사야, 탕탕도사. 그러니 앞으로 나를 탕탕도사님이라고 불러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땅땅도사요?”
“이 무식한 놈아. 땅땅이 아니고 탕탕이라니까 탕탕.”
“탕탕요? 왜 하필 탕탕도사님이 되셨어요?”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가만히 듣기나 혀 이놈아. 탕탕이라고 하니까 무슨 총 쏘는 소리로 착각을 하는 모양인디, 탕탕은 그런 무시무시한 탕탕이 아니고 이를테면 저 거시기 뭣이냐, 문자여 문자.”
“…….”
학수는 노인의 하는 짓이 싫지 않고 재미가 있어서 이번엔 직수굿한 태도로 침묵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란 말을 자랑스럽게 되뇌고 있었다.
관상쟁이 노인이 계속해서 혼자 지절거렸다.
“무슨 문자냐 하면 한문으로다가 호호탕탕이라고 하는데 말씀야.”
노인이 붓으로 먹물을 쿡 찍더니 백지에다 浩浩蕩蕩이라고 휘갈겨 썼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명필이었다.
학수는 호호탕탕이라는 그 한자들은 어령칙하게 알 것도 같았으나 도대체 호호탕탕이 무슨 뜻인지 대학교 2학년인데도 그 뜻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창피해서 병신같이 그 글자들만 내려다보고 있었더니 관상쟁이 노인이 독심술이라도 쓰는지 그런 학수의 무식을 귀신같이 꿰뚫고 대뜸 물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
“모르겠는데요.”
학수는 정직하게 자백했다.
“이런 돌대가리 같은 놈아. 대한민국에서 일등 가는 S대학 항공우주공학과에 다니는 놈이, 그것도 2학년이나 되는 놈이 아, 이런 쉬운 것도 몰라? 수학하고 물리학만 잘하면 목성, 토성도 정복하고 천왕성, 명왕성, 아니 그 너머 수억만 개나 되는 다른 태양계의 별들까지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아느냐 이놈? 엉?”
다 늙어빠진 주제에 게다가 길바닥에 거적이나 깔아놓고 앉아 사람의 관상이나 보는 주제에 노인은 놀랍게도 천체나 우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참 많았다. 우리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 명칭을 좀 안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태양계 밖의 또 다른 태양계가 수억만 개나 된다는 형이상학적인 우주의 천체까지도 죄다 내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업이 관상쟁이라 우주나 천체에 대한 책을 많이 봐서 그럴까?
그러거나 말거나 학수는 자신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이 괴물 같은 노인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놀랍고 화가 나서 우선 그것부터 불뚝성을 내듯 당장 따지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아니, 제가 S대 항공우주공학과에 다닌다는 것을 할아버지가 어떻게 아세요?”
“입 닥치고 듣기나 혀 이놈아. 으흠, 흠! 그러니까 호호탕탕이 무슨 뜻이냐 하면 아주 썩 넓어서 직선으로도 끝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