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224
『유서』는 1924년 ‘영대’ 창간호에 연재되었된 김동인의 소설이다.
잠깐 여관에 돌아왔다가 나는 곧 다시 나섰다. 그것은 ○에게서 ○자기에게 아내의 품행이 나쁜 것 같다고 가르쳐 준 사람이 A씨임을 들었으므로 A씨를 찾아가서 좀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함이었었다.
그러나 전차로써 의주통(義州通)까지 이를 동안에 나는 A씨 방문을 그만두기로 하였다. 아직 알지도 못하는 A씨를 찾아가는 것도 싫지만 그것보다도 씨에게 그런 일을 묻는 A 것은 ○의 인격을 무시함과 같아서 재미없는 일이다. 이제○의 취할 길은 그 사건을 남에게 절대로 비인(非認)을 하여 얼마간이라도 남의 의심을 덜게 하는 것이지 자기 스스로까지 제 아내의 품행을 의심한다는 것은 ○의 명예를 위하여 결코 취할 길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 후막(後幕)에 숨어서 결코 ○의 명예를 손상치 않게 사건을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전차를 내려서 곧 돌아서서 벗들과 약속하였던 ××극장에 가서 그때 갓 조직된 어떤 극단의 연극을 구경하고 돌아와 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