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223
무르익었던 봄빛도 차차 사라지고 꽃 아래서 돋아나는 푸르른 새 움이 온 벌을 장식하는 첫여름이었다.
옥저(沃沮) 땅 넓은 벌에도 첫여름의 빛은 완연히 이르렀다. 날아드는 나비, 노래하는 벌떼─ 만물은 장차 오려는 성하(盛夏)를 맞기에 분주하였다.
이 벌판 곱게 돋은 잔디밭에 한 소년이 딩굴고 있다. 그 옷차림으로 보든지 또는 얼굴 생김으로 보든지 고귀한 집 도령이 분명한데, 한 사람의 하인도 데리지 않고 홀로이 이 벌판에서 딩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