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전집188
놀라운 실정과 횡포로 민심(民心)을 잃고 있던 광해조(光海朝)에 있어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기가 죽고 풀이 삭아 이르는 곳마다 침체한 기운이 음산하게 떠도는데 저평(砥平)읍 백아곡(白?谷)에 있는 이식(李植)의 집 넓은 바깥 마당에는 여덟살로부터 열아믄 살 쯤 되어 보이는 울망졸망한 아이들의 한떼가 싸움장난에 열중하고 있다.
돌을 모아다 성을 쌓고 홍백군으로 갈리인 두패가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나무 막대기로 된 칼들을 휘두르며 와 ─ 몰려 갔다가 또다시 우 ─ 몰려오고 어린 목이 찢어져라고 고함들을 지르며 놀이하는 모양은 비록 어린 아이들의 장난이지만 입에 침을 삼키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