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해조 (한국문학전집 338)
사무소 안의 기맥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그가 인쇄소의 문을 연 것은 오정을 조금 넘어서였다. 마음과 몸이 울르르 떨렸다. 그의 계획하여 가는 일의 위험성에서 흘러나오는 불안과 또한가지 쌀쌀한 일기에서 받는 추위 때문에였다. 십일월을 반도 넘지 않은 날씨이니 그다지 매울 때가 아니련만 늦은 비기 한 줄기 뿌리더니 며칠 전부터 일기는 별안간 쌀쌀하여졌다. 어제밤 M·H점 좁은 온돌방에서 그 집 가족들 속에 섞여 동무들과 늦도록 일하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서 설핀 새우잠을 잔 것이 더한층 그를 으시시하게 하였을 것이나 그것보다도 더 많이 마음을 압도하는 일의 중량이 그를 물리적으로 떨게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