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병풍속에 그린 닭이 (한국문학전집 370)

병풍속에 그린 닭이 (한국문학전집 370)

저자
계용묵 저
출판사
도디드
출판일
2016-07-04
등록일
2017-09-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43K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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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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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흘이면 끝을 내던 이 굵은 넉새 삼베 한필을 나흘째나 짜는데도 끝은 안 났다. 오늘까지 끝을 못 내면 메밀알 같은 그 시어미의 혀끝이 또 오장육부까지 한바탕 할쿼낼 것을 모름이 아니다. 손에 붙지 않는 베라 하는 수가 없다. 박씨는 몇 번이나 이래서는 안되겠다 마음을 새려먹고 놓았다가는 다시 북을 들어들고 쨍쨍 놓고 쨍쨍 분주히 짜보나 북 속에 잠긴 실은 풀려만 가는데도 가슴에 얽힌 원한은 맺혀만 가 그만 저도 모르게 북을 놓고는 멍하니 설움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참 눈에서 피가 쏟아지는 듯하였다. 하기야 애를 못 낳는 죄가 자기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남편까지 이렇게도 정을 뗄 줄은 참으로 몰랐던 것이다. 어떻게도 섬겨오던 남편이었던고? 돌아보면 그게 벌써 십 년 전 - 시집이라고 와보니 남편이란 것은 코 간수도 할 줄 몰라서 시퍼런 콧덩이를 입에다 한입 물고 훌쩍이지를 않나, 대님을 바로 칠 줄 몰라서 아침 한동안을 외로 넘겼다 바로 넘겼다 - 남이 볼까 창피하여 시부모의 눈을 피해가며 짬짬이 코를 닦아주고 아침마다 대님을 혀까지 주어 자식같이 길러낸 남편이요. 그날 그날의 끼니에 쫓아 군색하여 먹기보다 굶기를 더 잘하는 가난한 살림살이를 어린 몸이 혼자 맡아가지고 삯김, 삯베, 생선자백이는 몇 해나였으며, 심지어는 엿광주리까지 이어, 그래도 남의 집에 쌀꾸러는 아니 다니게 만들어 신세를 고쳐놓은 것이 결코 죄될 일은 없으련만 이건 다자꾸 애를 못 낳는다고 시어미는 이리도 구박이요. 남편은 이리도 정을 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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