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Pamela, or Virtue Rewarded) 영어로 읽는 명작 시리즈 232
『파멜라』는 전례 없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부유한 B씨의 하녀인 열다섯 살 처녀 파멜라 앤드류스의 편지들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로, 처음에는 반강제적으로 파멜라를 유혹하려던 B씨가 그녀의 정숙함에 감화되어 마침내 정식으로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설은 파멜라의 결혼에서 끝나지 않고, 상류층 안주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파멜라의 노력이 마침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속편을 통해 계속해서 보여준다. 『파멜라』는 권력의 남용과 그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을 고민한 작품이다. 파멜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의 유일한 방어는 정결한 덕뿐이지만, 대신 언어라는 무기를 활용하여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저항을 도덕적, 정치적 행위로 탈바꿈한다. 리처드슨은 일개 시골뜨기 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상류 계급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하였다. 어차피 파멜라에게 주어지는 보상 역시 상류 계급으로의 “신분상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파멜라 자신도 B씨의 진짜 죄는 성적 문란이 아니라 그녀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한다. 『파멜라』를 정숙한 몸가짐의 교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교묘하게 위장한 포르노그라피일 뿐이라고 격하하는 이도 있다. 『파멜라』 이후 등장한 다수의 패러디물들은(특히 필딩의 『샤멜라』) 파멜라가 신분 상승을 위해 자신의 성을 이용한 것뿐이며, 리처드슨의 도덕적 의도는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빛이 바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분명한 요소들이야말로 그 시대뿐 아니라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파멜라』가 매력적인 이유일 것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