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자네들 무얼 바라구들 사나.” “살아가자면 한 번쯤은 수두 생기겠지.” “나이 삼십이 되는 오늘까지 속아오면서 그래두 진저리가 안 나서 그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그 무엇을 바라지 않고야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말하자면 꿈이네. 꿈 꿀 힘없는 사람은 살아갈 힘이 없거든.” “꿈이라는 것이 중세기적에 소속되는 것이지 오늘에 대체 무슨 꿈이 있단 말인가. 다따가 몇 백만 원의 유산이 굴러온단 말인가. 옛날의 기사에게 같이 아닌 때 절세의 귀부인이 차례질 텐가. 다 옛날얘기지 오늘엔 벌써 꿈이 말라버렸어.” “그럼 자넨 왜 살아가나. 무얼 바라구.” “그렇게 물으면 내게두 실상 대답이 없네만. 역시 내일을 바라구 산다고 할 수밖엔. 그러나 내 내일은 틀림없는 내일이라네.” “사주쟁이가 그렇게 말하던가. 관상쟁이가 장담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