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동산 마루에서 시뻘건 해가 두렷이 솟아오른다. 들 위로 얕게 덮인 아침 안개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누른 볏목들이 일제히 읍을 한다. 약오른 풀 끝에 맺은 잔이슬들이 분주히 반짝거린다. 꼴을 먹는 소 목에서는 끊이지 않고 요령이 흔들린다. 쇠고삐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겼던 견우는 걷어올린 맨 다리를 “딱.” 때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쇠파리가 침을 준 것이다. “아니 오나?” 견우는 혼자 중얼거리면 동리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