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꽃은 좋았어도, 그러나 비바람 많고 노 운하 자욱하여 한갓 개운한 맛이 덜하던 4월의 봄 한철은 어느덧 창경원의 그 번화하고도 어수선스러운 야앵분배와 함께 마지막 다 지나고 시방은 5월…… 씻은 듯 닦은 듯 터분하던 것이 말끔하니 죄다 가시고 나서, 저 커다랗게 머리 위에서 너그러이 홍예(虹霓)를 기울인 정갈한 창공이, 아낌없이 내리는 살진 햇살이, 내리는 햇살을 제물에 날을 삼아 결 보드랍게 대기를 비단짜며 있는 올올의 미풍이, 싱싱한 신록이, 이 모두가 한 가지로 맑고 쇄려만 하여, 계절은 바야흐로 새 정신이 들고 느끼느니 두루 상쾌한 그 5월이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