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선
하늘(天上[천상])도 아니요, 땅(地上[지상])도 아니요 한 회색 허공이었다. 회색 옷을 입고, 회색 살빛을 하고, 회색 표정을 한 늙은 양주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인간세계의 운명을 맡아보는 신(神) 양주였다. 노구(老?)가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영감이 따라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아이, 심심해!” 노구가 그런다. “어이, 심심해!” 영감이 맞장단을 친다. 노구가 말한다. “무어 구경거리 좀 없나!” “요새는 별로……” “하나 좀 꾸며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