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천 작품집 (한국인이 읽어야 하는 근대문학소설 14)
김남천 작품 모음집이다. 또한 기사를 모아서 인물에 대한 정보를 더했다. 백과사전 등에서 소개하는 것도 많은 정보가 있지만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사에 있으며 주관적 견해도 재미를 더한다. ------------------------ 김남천 문학의 중심에는 신의의 윤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신의는 누구나 지켜 마땅한 기본 윤리이면서, 한국 사회의 근본 변혁을 겨누는 혁명적 정치운동의 한 톱니바퀴였던 카프 조직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직원의 윤리였고, 그들을 이끌었던 사상에 순사하고자 하는 이념인의 윤리였다. 김남천은 이처럼 여러 차원에 걸쳐 있는 신의의 윤리를 거듭해서 다루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여기 실린 <신의에 대하여>(<조광>, 1943. 9)다. <신의에 대하여>는 소학교 시절의 삽화 한 토막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 찬찬히 되새기는 회고 형식의 작품이다. 소학교 시절 신 선생이라는 좋은 선생님이 계셨다는 것, 그분이 자신의 어린 날 겪은 일 하나를 아동들에게 들려주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는 것, 많은 빚을 못 이겨 도망간 어떤 사람이 몰래 자기 집에 들른 것을 알았는데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려 그 빚진 사람을 징치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자신을 도와준 그 사내의 아내에 대한 신의를 지켜 알리지 않는 것이 옳으냐는 게 선생의 질문이었다는 것, 학생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로 나뉘어 의견의 일치에 이르지 못했으며 선생은 판단 유보 상태에서 수업을 끝맺었다는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도망자의 신의와 어린 신 선생의 신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음은 물론인데, 도망자를 고문하는 죄의식과 소외감의 캄캄 어둠 속에서도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견디며 힘써서 몇 년 뒤 그 빚의 절반 가까이를 갚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작품 마지막에 넌지시 내놓음으로써 ‘신의’ 지키기가 얼마나 소중한 덕목인가를 말하고자 한 소설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온당할 듯싶다. 김남천이 거듭해서 강조하고자 했던 그 신의의 윤리는, 변절과 배신으로 가득 차 있는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그 속에는 변절과 배신의 더미 위에 서서, 그 같은 변절과 배신의 주체로서 오욕의 삶을 살고 있는(물론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근본 반성으로 이끄는 힘이 깃들어 있다. (고전해설ZIP, 2009. 5. 10., 지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