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이야기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44
원과 토반과 아전이 있어,
토색질이나 하고 붙잡아다 때리기도 하고 교만이나 피우고,
하되 납세는 국가의 이름으로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백성은 죽어야 모른 체를 하고 하는 나라의 백성으로도 살아보았다.
천하 오랑캐, 애비와 자식이 맞담배질을 하고,
남매간에 혼인을 하고, 뱀을 먹고 하는 왜인들이,
저희가 주인이랍시고서 교만을 부리고,
순사와 헌병은 칼바람에 조선 사람을 개 도야지 대접을 하고,
공출을 내어라 징용을 나가거라 야미를 하지 마라 하면서 볶아대고,
또 일본이 우리 나라다, 나는 일본 백성이다 이런 도무지 그럴 마음이
우러나지를 않는 억지춘향이 노릇을 시키고 하는
나라의 백성으로도 살아보았다.
결국 그러고 보니 나라라고 하는 것은 내 나라였건 남의 나라였건 있었댔자
백성에게 고통이나 주자는 것이지, 유익하고 고마울 것은 조금도 없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새나라는 말고 더한 것이라도,
있어서 요긴할 것도 없어서 아쉬울 일도 없을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