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42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조겼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