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35
“나라는 양반님네가 다 망하여 놓셨지요.
상놈들은 양반이 죽이면 죽었고, 때리면 맞았고,
재물이 있으면 양반에게 빼앗겼고,
계집이 어여쁘면 양반에게 빼앗겼으니,
소인 같은 상놈들은 제 재물 제 계집 제 목숨 하나를
위할 수가 없이 양반에게 매였으니,
나라 위할 힘이 있습니까.
입 한번을 잘못 벌려도 죽일 놈이니 살릴 놈이니,
오금을 끊어라 귀양을 보내라 하는 양반님 서슬에
상놈이 무슨 사람값에 갔습니까.
난리가 나도 양반의 탓이올시다.
일청전쟁도 민영춘이란 양반이 청인을 불러왔답니다.
나리께서 난리 때문에 따님아씨도 돌아가시고
손녀아기도 죽었으니 그 원통한 귀신들이
민영춘이라는 양반을 잡아갈 것이올시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