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 (이광수) 100년 후에도 읽힐 유명한 한국단편소설
출전: 《四海公論[사해 공론]》, 1936년 5월
★ 책의 특징 ★
- 저자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
- 저자에 대한 주요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부록으로 /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The Legend of Sleepy Hollow) 오디오북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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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나는 팔십이 가까우신 조부님과 일곱 살밖에 안 되는 누이동생 하나를 떠난지 반년만에 찾아서 서울에서 내려갔다. 내가 지난해, 즉 노일 전쟁이 터져서, 내 고향인 ??에서 노일 양군의 첫 접전이 있은 것은 봄이어니와, 그 여름에 조부님 앞에서 배우던 맹자를 「과거도 없는 세상에 이것은 배워서 무엇하오?」하고 집어던지고 서울 길을 떠날 때에는 집에는 늙은 서조모 한 분이 계셨으나, 내가 서울 올라가 있는 동안에 그 허리 꼬부라진 서조모마저 돌아가시고, 조부님은 어린 손녀인 내 누이동생 하나를 데리고 전 집을 지닐 수 없어서 팔아가지고 조부님의 외가 되는 동리에서 고개 하나 새에 둔 외따른 조그마한 집, 이 이상 더 작을 수는 없다 하리만큼 조그마한 집을 사서 옮아와 계셨다. 내가 조부님과 어린 동생을 찾아간 것은 이 ?? 골 집이었다.
수수깡 사립문 단 조그마한 초가집, 부엌 한 간, 아랫간 한 간, 웃간 한 간, 헛간 한 간, 그래도 조부님의 취미와 솜씨로 아랫간만은 도배를 하여서 벽이 찌그러졌을망정 울퉁불퉁할 법은 해도 하얗게 종이로 발려 있고, 그래도 아랫목에는 보료를 깔고 문갑과 벼룻집을 놓고 산수를 수놓은 안줏수 자 리 평풍을 둘러서방 외양만은 작년에 내가 집을 떠날 때와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