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와 그애 (이광수) 100년 후에도 읽힐 유명한 한국단편소설
★ 책의 특징 ★
- 저자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
- 저자에 대한 주요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부록으로 /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The Legend of Sleepy Hollow) 오디오북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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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오늘 새벽 ― 새벽이라기보다는 이른 아침에 나는 홀로 묵상에 잠겨 있을 때, 참새들의 첫소리 그리고 멧새의 예쁜 소리, 다음에 비둘기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어제 내린 봄비에 그렇게도 안 간다고 앙탈을 하던 추위도 가버리고 오늘 아침에는 자욱하게 낀 봄안개 하며, 감나무 가지에 조롱조롱 구슬같이 달린 물방울 하며, 겨우내 잠잠하다가 목이 터진 앞 개울물 소리 하며, 아직 철 보아서는 춥기는 춥건마는 봄맛이 난다. 갑자기 불현듯 나는 봄기운, 그것은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어떤 슬픔을 자아낼 때에 그때에 어디선지 끊일락 이을락 들려 오는 비둘기 소리. 내 마음이 슬픈 때 인지라 그런지 금년 잡아 처음 듣는 비둘기 소리가 유난히 슬픔을 자아낸다.
그애가 듣고 슬퍼하던 것은 뻐꾸기의 소리요 비둘기의 소리는 아니었다.
뻐꾹새가 울자면 아직도 한 달은 있어야 될 것이다. 그애가(작년에 죽은 내 조카딸 애가),
『아이, 뻐꾹새 소리가 슬프기도 해요. 나도 죽으면 뻐꾹새가 되어서 이 산 저 산 다니며 슬피 울어나 볼까?』
하고 바짝 여윈 낯에 시무룩한 기운을 띠던 때는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