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 한국의 장편소설 99
작품소개
당시 《동아일보》 주도로 이루어졌던 농촌 혁신 운동인 ‘브나로드’ 운동의 정신을 소설로 형상화시킨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다양한 연애의 삼각관계가 얽히고 풀리는 동안 모든 인물이 농촌 혁신 운동으로 투신하게 되는 결말로 나아가는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각관계를 통해 계몽적 주제를 형상화하는 것은 「무정」에서부터 드러나는 이광수1)의 전형적인 서사 구성방식이다. 등장인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허숭과 한민교와 같은 선각자적 계몽 운동가, 김갑진, 윤정선, 유정근 등 이기적이고 농민을 업신여기는 지주 계급, 그리고 자신들이 착취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유순, 작은갑 등의 농민 계급이 그것이다. 이 세 부류의 인물들이 소설의 결말에서는 모두 개과천선하거나 조선의 현실에 눈을 떠 농촌 혁신 운동에 의기투합하게 된다.
내용
궁벽한 농촌 살여울 출신인 허숭은 보성전문학교 법학과를 고학으로 졸업한다. 그는 조선의 개화와 농촌계몽에 힘쓰는 민족주의자 한민교 선생과 교우하며 농촌 운동에 자신의 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이 서울에서 몸을 의탁하고 있던 윤 참판 집 큰아들이 죽자 참판의 신임을 얻어 가계를 돌보는 책임을 맡는다. 같이 기거하던 김갑진은 동경제대를 졸업한 수재이나 민중을 업신여기는 방탕아다. 결국 고등문관 시험에 갑진은 떨어지고 숭만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다.
허숭은 농촌 운동을 실천하는 데 유리할 거라는 판단에 살여울에서 정을 나누었던 유순을 버리고 윤 참판의 딸 정선과 혼인한다. 그러나 곱게 자라난 정선은 허숭이 부귀영화를 버리고 농촌 운동에 매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갈등이 심화되자 허숭은 정선을 두고 살여울로 내려가 마을을 몰라보게 발전시킨다. 그동안 정선은 갑진과 배가 맞아 그의 아이를 잉태한다. 이 사실을 안 허숭은 절망하지만 기차에 몸을 던져 한 쪽 다리를 잃은 정선과 그 아이를 받아들여 극진히 보살핀다.
이에 정선은 지난 일을 뉘우치고 허숭을 도와 농촌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허숭의 태도에 감복한 갑진도 마음을 고쳐먹는다. 마을의 악덕 지주인 유산장의 아들 정근이 살여울로 돌아와 이간질을 시작하면서 숭의 노력은 위기를 겪는다. 허숭과 유순이 부정한 관계라고 모함을 하여 유순은 남편에게 맞아 죽고, 숭과 그를 돕던 작은갑 등이 독립운동 혐의로 옥살이를 한다. 먼저 출소한 작은갑이 정근을 칼로 위협하여 정근에게 넘어갔던 마을의 이권을 찾아오고, 정근도 그 과정에서 개과천선한다.
매체 및 간행년도 - 동아일보1932.4.12-1933.7.10(291회 완)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1917-1950, 2013. 2. 5., 고려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