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전날 (김남천) 100년 후에도 읽힐 유명한 한국단편소설
★ 책의 특징 ★
- 저자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
- 저자에 대한 주요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부록으로 /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The Legend of Sleepy Hollow) 오디오북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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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농사 해 먹는 사람이 그렇디.”
하면서 창선(昌善)이는 조롱박 모양으로 가운데가 짤름한 흙물 든 자루와 닭 한 마리를 넣은 종다래끼를 닁큼 들어, 자루는 잔등이에 둘러메고, 종다래끼는 왼손에 들고서, 저만큼 앞서서 소를 세우고 이쪽을 바라보는 최서방에게로 성큼성큼 뛰어간다.
광목 상침 바지 저고리 위에 무명 중의를 껴입고, 푸수수하니 먼지 묻은 상고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인 창선이가, 밤 한 말과 사과 배 섞어서 스무알, 그리고 살찐 암탉 한 마리를 휭하니 지고 들고 찬 이슬이 눅진하게 내린 밭 샛길을 우쭐거리며 내려가는 것을 토방 위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서분(西粉)이는,
“복손아, 너두 뛰어가 소 기르매(길마) 위에 타라.”
하고 여섯 살 난 아들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