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뜨기 - 유희 단편소설 03
아내의 1주기를 앞두고 간신히 들어간 공장 알바를 쫓겨났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위해 분양투자를 했건만 사기를 당해 돈을 다 날려버린 ‘나’는 연이은 아내의 죽음과 자식의 원망까지 등에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공장에서 일한 금액이 체불되고, 그 상황 속에서도 나는 공장에서 알게 된 필리핀에서 온 티노를 돕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데...
[본문]
“여보! 오늘이 당신 떠난 지 한 해가 되는 날이오. 우리 술이라도 한 잔씩 나눕시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시간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어김없이 날아오는 청구서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분량만큼 피가 말랐다. 줄이고 줄여서 방 한 칸짜리 지하 월세 방으로 옮겼지만 소득 없이는 헤쳐 갈 길이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일자리가 빚 독촉은 겨우 피하게 해줄 것 같아서 몸이 저리도록 기뻤던 때가 불과 보름 전인데. 무슨 일이 이토록 꼬이나. 정말 코앞을 내다 볼 수 없었다. 전 재산을 날렸을 때도 이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