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85
아무리 말해봤자 들을 정희가 아닐 것을 경순이는 잘 알고 있었다.
경순이와 정희는 삼 년 간 A고을 보통학교 교원으로 취직하게 되었으므로 알게 된 동무였다.
A고을은 경순에게 있어서는 고향에 가까웠고 정희의 고향인 서울과는 천리의 먼 사이를 둔 곳이니만큼 나이는 비록 정희가 위이나 경순이가 형과 같이 앞을 서는 것이었다.
본래부터 고집이 센 정희는 동료 교원들 사이에서도 그리 화합하지 않고 생도들 사이에도 벌 잘 세우고 잘 때리고 한다고 평판이 좋지 못하였다.
그러나 경순이와는 사이가 좋았다. 한 방에 기숙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정희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 경순이였으므로 아직 한 번도 말다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정희가 결혼식 날 부모 몰래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났다. 경순이는 가고 싶은 마음과 현실적인 처지에 결국 떠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