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104
하마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숭이는 그 뒤로 이내 좋은 아낙을 맞아, 딸까지 낳고 몸은 더 뚱뚱해졌고, 평생에 즐기던(연극) 연출을 하며 재미를 보면서 유유자적 지내고 있고, 영이는 그 역시 쉬이 잘 결혼을 했고, 심경이 변하여, 시도 문학도 작파하고는 법학 공부를 떠나더니 시방은 서도로 가서 석탄을(제 말따나, ‘검정 다이야’를) 캐고 있고.
그러고 나는, 셋 중에는 매앤 빠져 종시 방황하는 인생인 채 어느덧 마음만 한껏 겉늙었고.
우연히 그러자, 하루날은 길에서 이렇게 박정순을 주쩍 만났던 것이다.
그때 이후 처음이었다.
푼수 이상으로 반가왔다. 그토록 반가울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