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화인가
왜! 문화인가?
‘문화’란 말이 어느새 ‘예술’이란 말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해도 말의 살아있음으로 하여 피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원래, 문화는 문화였고 예술은 예술이었으며 문화 속에 예술이 들어 있었다. 지금도 그 소속을 분명히 밝혀 써야 할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문화라고 하면 그만 그 본뜻을 버리고 예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21세기를 문화가 중요한 시대라고 해서 문화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문화를 중요하다고 떠드는 만큼 대접해주지는 않는다. 국가는 ‘정치’라는, 혹은 ‘정치적’으로 경영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이라면 눈에 훤히 보여야 하는데 문화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눈에 훤히 드러나지 않음으로 하여 정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문화 예술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모든 주체는 문화 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것이다. 왜 지원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한마디 말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한두 가지 말로 문화가 가진 힘을 제대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를 위하는 것이다. 문화는 오늘을 즐겁게 하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즐거워지게 만든다. 우리 모두가 함께 즐겁게 살아가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문화를 통해 나를 알고 문화를 통해 또 너를 알고, 그리하여 소통하는 것이다. 서로를 알고 소통하면 이 세상에 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지구의 주인인 사람이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한 문화칼럼을 모아 4부로 나누어 실었다. ‘문화 예술, 왜 지원해야 하는가?’에서는 미국예술연합이 정리한 문화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열 가지 이유를, ‘문화가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와 ‘문화가 제시하는 소통의 길은?’에서는 문화로 즐기는 삶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다. ‘책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여는가?’에서는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길 권한다.
아무쪼록 이 생각들이 이 땅의 문화 예술계에 조그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글이 빌미가 되어 생각이 더 발전되어 문화 현장에서 꽃으로 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랴마는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꿈마저 버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