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초혼제

초혼제

저자
고정희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2-07-10
등록일
2017-09-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567K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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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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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력 8년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창작과 발표를 병행한 것은 78년 이후이니 독자와 나의 진정한 만남은 불과 4, 5년을 밑돈다. 그동안의 창작 생활에서 나를 한시도 떠나 본적이 없는것은 ‘극복’과 ‘비전’이라는 문제였다. 내용적으로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이 어두운 정황을 극복해야 된다고 믿는 한편 조직사회 속에서의 인간성 회복의 문제가 크나큰 부담으로 따라다녔고, 형식적으로는 우리의 전용적 가락을 여하이 오늘에 새롭게 접목시키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나는 우리 가락의 우수성을 한 유산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 「사람 돌아오는 난장판」, 「환언제」같은 마당굿 시이고 「우리들의 순장」은 79년에 발간된 첫 시집에서 「차라투스트라」라는 서구적 제목으로 씌어졌던 시대 인식을 다시 한국적인 언어와 풍습 속에 재조명해 봤다. 그리고 「화육제별사」는 대학 4년 동안 고난 주간과 축제 기간만 돌아오면 홍역처럼 우리를 따라다녔던 젊은 날의 고민과 갈등과 신념을 그리려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그 시절에서 해방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번 시집의 원고를 마무리하고서 내심 크게 놀란 것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내 내면이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희망과 ‘죽음 인식’이라는 대립관계 속에 깊이 침잠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죽어 있는 삶’과 ‘살아 있는 죽음’에 대해 많은 콤플렉스를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너에게 죽음을 선언하고 저주를 선언하는 때에 조차도 그 속에서 무럭무럭 솟아나는 신념과 기대를 져버리지 못한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나는 더욱 더 전폭적으로 인간을 신뢰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갈망하기를 꿈꾸며 또한 울울창창 우거진 내 나라의 산천과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안익태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기원하는 자세로 오늘을 걸어가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촌티를 벗어던진 갚이 있는 정신과 더불어 오늘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 광활한 광맥에 이르고 싶다.

한편 시집을 묶을 때마다 느끼는 곤혹감이지만 독자들에게 이쁘고 편한 시, 싱싱하고 아름다운 시를 선물하지 못해서 몇 번이고 가슴이 아프다. 서로 편하고 유쾌하게 악수하지 못하면서도 시간이 다할 때까지 함께 어울려야 하는 합석 속의 껄끄러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내 독자에게 그런 인내를 강요하는 「초혼제」가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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