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실락원 기행

실락원 기행

저자
고정희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2-07-10
등록일
2017-09-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528K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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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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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의 지성이 열망하는 정신의 가나안

첫 시집을 상재한 지 꼭 2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다 몇 밤을 지새워 50여 편의 시를 선한다. 다시 몇 밤을 당혹과 소외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신으로부터, 진리로부터, 내가 경외하는 크고 환한 빛으로부터 저만치 비켜 선 어둡고 왜소한 나를 바라보며 눈 감아도 느껴지는 ‘비겁’이라는 단어를 감춘다

과연 나는 나의 지성이 열망하는 정신의 가나안에 다다를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과연 나는 30대에 어울리는 참다운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며 뜨끈뜨끈 한 질화로 하나에 추운 몇 사람을 녹여 줄 수 있는가?

언제나 구체적 진실들과는 울 맴을 도는 자리에서 스스로 정신의 쐐기만 박는 데 절박했다. 내 스스로 지쳐 버린 고통의 쐐기. 마치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미련한 다섯 처녀처럼, 기름 없는 램프만을 들고서 어두워 오는 들판으로 밤마다 떠났다.

그때 나에게는 늘 두 가지의 고통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하나는 내가 나를 인식하는 실존적 아픔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세계 안에 가로놓인 상황적 아픔이었다. 창세기 3장 16절의 말씀과 34절의 말씀, 그 두 줄기 불기둥 사이에서 나는 때로 화염을 토하고 때로 절망에 가까운 기염을 토해 내며, 순례의 길에 오른 그분을 불렀다 늪 속으로 가라앉는 꿈의 불기둥을 ‘내가 건져 올리겠다’ 소리치기 수십 번.

경직을 거부하는 나의 그 50여 번의 방랑의 벌판에서 결국 나는 50여 편의 시를 버리지 못하고 돌아온다. 무엇인가 가지고 싶어서다. 이런 나의 시가 ‘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러나 어쩌랴 나에게도 식욕처럼 달라붙는 소유욕의 멍에를.

나와 삶을 같이하는 뜨거운 사람들에게 실속은 적지만 고통을 달여 부은 축제를 바친다. ‘세계정신(世界뼈神)’의 부활을 향해 가난하게 달려가는 내 모든 지인들에게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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