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여울물가에는 싱그러움이 나를 씻었다. 물가의 수많은 조약돌들도 언제나 다감한 눈빛이었다.
유년의 인연은 그런 곳들이 많았다.
사라지는 소리와 함께 흐르는 물은 소를 만들고, 또 어디만큼인지 가려볼 것도 없이 나를 실어갔다. 늘 새롭고 신비롭기만 하던 흐름은 들판을 지나 하구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곳은 허허로움뿐이었다.
물새도 갈대도 다만 자기의 하늘밑에 있었다.
넘실대는 바다는 오히려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제야 나는 흘러온 길을 찾았으나 되돌아갈 길은 아니었다. 지우고 싶은 인연들도, 간직하고 싶은 사연들도 모두가 입을 다무는 노을 속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삶이 한 때의 여울물소리였다는 것을 어딘가에 새겨두고 싶을 뿐이다.
목차
1부 : 여울물 소리
내 가슴에는 바람이었다.
달님은 어디서 자고 있나?
나
달빛
대청호에도 가을은 온다
병(病)
손톱
여울물소리를 들으며
입원실에서
저녁 눈
저녁(2)
지팡이 짚은 나무
찔레꽃
합강정에서
후회
갈대(2)
겨울하늘
꽃 지면
꿩
2부 : 떠난 자리
바람꽃
강물
길
길(2)
산사 가는 길
소양호반에서
그믐달
행복했던 날
7월에 핀 자목련
무지개꽃
쓰러진 꽃을 손질하며
그 길
고드름
어둠
달빛에 젖어
달빛 한 스픈
떠난 자리
사마귀는 염불을 할 줄 모른다
멍청한 똑똑이
3부 : 아직 잠 못 들렀나요
가을 여자
그립다
아직 잠 못 들었나요?
징검다리
칠갑산을 지나며
걱정
구절초를 심으며
아픔
새벽
물소리
웃음소리
용담댐을 내려다보며
세모
병실
바다
죽은 스승
여자는 남자가 됐다
아직은
조롱박
강촌추억
4부 : 때 묻은 이야기
꽃잎 무늬
그 때
때묻은 이야기
너
님에게
당신이 나였다면
너의 목소리
지문
사리
바다에 살면
몸으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아무도 몰랐으면
네 생각
기다림
바다가 부를 때
나무는 폭군이다
미운 사람
이 바보야
꼭 간직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