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
여름내나 가으내나 그스른 얼굴이 좀체 수월하게 벗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해를 지나야 멀쑥한 제 살을 보게 될 것 같다. 바닷바람에 밑지지 않게 산 기운도 어지간히는 독한 모양이다. "호연지기가 지나친 모양이지." 동무들은 만나면 칭찬보다도 조롱인 듯 피부의 빛깔을 걱정한다. 나는 그것을 굳이 조롱으로는 듣지 않으며 유쾌한 칭찬의 소리로 들으려고 한다. "두구 보게. 역발산 기개세 않으리." 큰 소리도 피부의 덕인 듯 나는 그을은 얼굴을 자랑스럽게 쳐들어 보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