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내가 가 보지 못한 길,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아직 이렇게나 많으니, 책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은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아니 더 커질 것입니다.”작가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듣기 좋은 말로 프리랜서, 자조적인 표현으로는 일용직, 겸손과 비굴 틈새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리고 ‘책 읽기’야말로 겸손과 비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삶 속에서 버틸 수 있게 해 준 힘이라 고백한다. 강의모 작가에게 책은 아주 오랜 벗이자 스승이었고 일의 동반자였다. 어린 시절 친구 대신 책에서 우정을 구하며 『데미안』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으며, 시험공부를 하러 갔다는 사실을 잊고 친구 집 책장에서 빼 낸 황순원 소설에 빠져 밤을 샌 적도 있는 한 소녀는 자라서 국어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라디오 작가가 되었고, 10년 넘게 SBS 러브FM ‘책하고 놀자’의 작가로 일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책이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읽으며 익어 간” 삶이었고 현재도 여전히 그렇다. ‘강의모의 책 읽기 책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2017년 6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서울신문] ‘문화마당’에 연재한 칼럼을 다듬고 몇 편의 글을 더 보태어 만들어졌다. 책에 실린 글마다 뒷부분에 글쓴이에게 특별히 영감과 깨달음을 준 책 속 문장과 촌철살인 코멘트도 붙여 놓았다. 책에 실린 30편의 글에는 그동안 강의모 작가의 삶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었던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글에는 책과 하나하나 긴밀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소한 깨달음을 준 삶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지난 10년간 저자의 독서 스승이 되어 주었던 소설가 김탁환이 추천사에 적은 글처럼 “책과 사람이 연결되어야지만 삶의 지혜가 다리처럼 놓인다는 점을 투명하게 보여 주는” 글들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