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재판
최근 수명이 급격하게 늘면서 노인과 연관된 많은 질환이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치매입니다. 치매는 병명이 아니고 증상입니다. 원인 질환에 따라 수술이 가능한 치매도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마지막에 치매라는 시련이 다가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련에 가장 처음으로 효과를 보인 약은 시련재판에 사용된 약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유죄냐 무죄냐. 그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에도 적용됩니다. 약에 효과가 있으면 무죄(알츠하이머병), 약에 효과가 없으면 유죄(비알츠하이머병)가 되지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시련과 극복을 운명으로 갖고 가는 것 같습니다.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 하나 정확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지금 어떤 치료가 진행되는지, 앞으로 병의 경과는 어떻게 될지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치매를 가진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치매가 곧 자신의 문제가 되는 거지요. 물론 질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에게 들을 수 있지만, 병원 갈 때마다 수북하게 가져오는 약 뭉치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가르쳐주더라도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행동증상에 작용하는 약물은 종종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치매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치매로 힘든 부모님들이 드시는 때로는 안 드시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화학물질들이 어디서 왔으며, 어떤 효과가 있으며, 한계는 무엇인지를 간단히 보여주고자 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피하려다 보니 일부 논란이 될 만한 내용도 있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논란이 있는 부분은 되도록 참고문헌을 제공했습니다. 이 책이 치매에 걸린 부모님, 약을 처방한 의사 선생님, 그리고 실제로 약을 드리며 옆에서 큰 파도를 넘고 있는 우리 자신이 주변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