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 (채만식) 100년 후에도 읽힐 유명한 한국단편소설
★ 책의 특징 ★
- 저자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
- 저자에 대한 주요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 부록으로 단편소설 한권을 첨부합니다 -
------------------------------
책 속으로 -
오늘도 해도 아니 뜨고 비도 아니 온다. 날은 바람 한점 없이 숨이 탁탁 막히게 무덥다.
멀리 건너다보이는 마포(麻浦) 앞 한강도 물이 파랗게 잠겨 있는 채 흐르지 아니한다. 강 언저리로 동리 뒤 벌판으로 우거진 숲의 나무들도 풀이 죽어 조용하다. 지구가 끄윽 멈춰 선 것 같다.
내려다보이는 행길로 마포행 전차가 따분하게 움직거리고 기어가는 것이 그래서 스크린 속같이 아득하다.
영주는 방 윗문 바로 마루에 앉아 철 아닌 검정 빨래를 만지고 있다.
빨래에 물을 들이느라고 손에도 시꺼멓게 물이 들었다. 어깨 나간 인조항라적삼이 땀이 배어 등에 가 착 달라붙었다.
그는 자주 목 부러진 불부채를 잡아 성미 급하게 활짝활짝 부치나 소리만 요란하지 바람은 곧잘 나지도 아니한다.
남편 범수는 방에서 문턱을 베고 절펀히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