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 유희 단편소설 02
독립군 후손이지만 생활이 힘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임금을 2년 가까이나 체불 당한 상태다. 떠날 수도 이대로 버틸 수도 없는, 평소와 같은 어느 날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친 미홍을 알게 되는데...
[본문]
최 씨는 일꾼들에게 두 주일에 한 번씩 노임을 지불했다.
“용돈만 받아라. 나머지는 내가 따로 저축했다가 네가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한몫으로 줄 것이다.”
나는 전액지급을 요구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너희 고향에서는 일 년치 급여를 춘절을 맞아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더냐? 매달 최소 용돈만 지급하면서 말이다. 다 너희들 관습을 따르는 것이니 군말하지 마라.”
“이제는 농촌이 아니면 그런 관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건 다 옛날이야기예요.” 그가 맨땅에 쐐기를 박았다.
“쓸 거 다 쓰고 언제 저축하겠어? 모두가 다 너를 위해 하는 일이다. 그런 줄 알아라.”
공구리 박 씨가 끼어들었다.
“어이, 독립군 양반! 조심조심해. 전화 한통이면 오야지에게 맡긴 돈도 다 날아가 버려. 무얼 모르는군. 후회하고 땅을 치기도 전에 보따리도 못 싸고 비행기에 실려 꼴~인 한다고. 고향 앞으로 말이야! 알기는 해?”
“그렇고말고. 어디 한 둘이야? 괜히 깝작대다가 한칼에 날아간 놈들이 부지기수야. 잘 알아서 눈치껏 해야지. 적당히 국으로 지내는 게 장땡이라고.” 철근 김 씨가 거들고 나섰다.
“내 듣자하니 그쪽 사람들이 전부 독립군 후손이라던데, 자네도 그런가?” 공구리 박 씨가 째진 눈을 치뜨며 물었다. 둘러싸고 있던 인부들이 히죽히죽 웃었다.
“워낙 짝퉁이 많은 나라니 혹시 이 친구도 짝퉁 독립군이 아닌지 몰라.”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